10일간의 여행이 오늘로서 막을 내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식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Kiwi Experience라는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일반 여행사들의
패키지상품과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머무르고 싶은 도시에서 얼마든지 머무르다가 다른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여행은 한국 친구 2명이랑 같이 떠났다.
12월 23일 8시 30분 드디어 버스를 탔다. 우리는 옆에 외국인친구 앉혀서 이것저것 얘기하며 갈 심산으로 따로따로 앉아 가기로 했다.
우리 계획대로 각자 옆에 외국인 친구들이 하나씩 앉았다. 하지만 우리는 조용했다...ㅡㅡ;; 휴게소에서 내리자마자 다음부터는 같이 앉아
가기로 큰 뜻을 모았다. 첫날에는 와이탕가(Whitianga)라는 곳을 갔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무모하지만 우리가 갈 도시가 어딘지도
제대로 모르고 시작한 여행이라 막상 내리고 나니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막막했다. 백팩커에 들어가 일단 짐을 풀고 뭘할까 고민하다가 맘씨 좋아
보이는 주인 아저씨한테 뭐 할만한거 없냐고 물었더니 근처 바닷가에 가면 조개가 많다고 그거 잡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며 바가지 하나던져
주셨다. 일단 바가지 집어 들고 한 친구랑 나갔다. 해변이 온통 조개껍질로 뒤덥혀 있어서 살아있는 조개가 있을까 싶었다. 물속에 들어가 조개를
잡는데 이놈이 살은건지 죽은건지 알 수가 없어 일단 하나를 건져서 돌에 깨봤더니 속이 꽉찬 놈이었다. 옳다쿠나 싶어서 둘이서 막 잡는데 이건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건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았다. 삽시간에 3,40마리를 잡아서 돌아가 라면에 넣어 끓여 봤더니 맛이 기가 막혔다.
저녁밥을 맛나게 먹고 소화도 시킬겸 조개를 더 잡으러 나갔더니 때마침 밀물이 들어와 잡을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남은 조개들을
후라이팬에 살짝 데쳐서 다른 친구가 가져온 팩소주와 함께 한잔을 걸치고 첫날은 마무리 졌다.
오클랜드에서는 볼 수 없던 양들이 버스타고가는 내내 보인다.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운전기사말에 의하면 6천만 마리가 있다던가...
둘째날은 로토루아(Rotorua)라는 곳을 갔다. 북섬 관광지중에서는 첫손가락에 꼽히는 관광지중 하나다. 버스안에서 로토루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예약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래프팅을 하기로 하고 신청서에 우리 이름을 적었다. 로토루아에 도착하자 운전기사가 각자 자기가
예약한 숙박장소까지 태워다 줄태니 내리란다. 엇... 우린 예약 안했는데... 잠시 긴장하다가 사람들 우루루 내리는데서 일단 따라
내렸다. 다행히 우리가 내린 백팩커에 방이 남아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짐을 풀고 밖에나가 래프팅을 하기위해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버스가 정차하고 다들 내려서 가길래 졸졸 따라갔는데 어라라... 이건 래프팅 하는곳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둘러봐도 낌새가 이상해서
우리를 내려주고 돌아가려는 버스를 냅다 뛰어가서 잡고 여기 래프팅 하는데 아니냐고 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여긴 마오리 쑈보는
곳이라고 하면서 래프팅 신청서에 이름은 썼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당당히 썼다고 했더니만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다른사람들은 어저께 이름을 써서 지금
다 레프팅 하고 있는중인데 니들은 왜 오늘 썼냐고 그런다. 뭔가 이상하다. 일단 무조건 아임쏘리부터 외치고 우리 백팩커에나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궁시렁 거리면서 얼른 타라고 한다. 버스안에서 우리 셋은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했다. 아무래도 어제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종이가 돌았던 듯
싶다. 숙박장소 예약부터 할 꺼리들에 대한 예약까지 모두다 이미 끝마쳤던 것 같다. 다른때 같으면 그냥 우리가 개인적으로 예약하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이미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어 할 수 있는게 없고 내일은 크리스마스라 모든곳이 문을 닫는단다. 레프팅을 하려면 26일이나
되야지 할 수 있단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뭘 하면서 26일까지 시간을 때울까... 자동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26일까지
가까운데 드라이브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곳저곳에 전화를 해서 겨우 차를 랜트할 수 있었다. 이곳은 자동차가 좌측통행에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서 처음 운전대를 잡는순간부터 상당히 긴장을 했다. 깜빡이를 켜면 와이퍼가 움직이고, 기어도 왼쪽에 있고, 이것저것
헷갈리는게 많아 조심조심 일단 숙소까지 갔다. 어디를 갈까 지도를 보다 로토루아 근처에 있는 호수가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2박3일간 우리의 애마가 되어준 도요타 자동차
로토루아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개폼잡고 한방 찰칵
너무너무 경치가 아름다웠다. 세 군데의 호수를 돌아봤는데 하나같이 다 물이 너무나 맑고 아름다웠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호숫가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숙소으로 돌아왔다. 레프팅 못한게 차라리 잘됐다고 내일은 바닷가로 드라이브나 가자고 신이나서 들떠있다 잠이들었다.
아침 일찍 떠나기로 했는데 눈을 뜨니 해가 이미 높이 떠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밤새 복도에서 기타치고 술쳐먹으며 떠들던 유럽놈들
덕택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뭔가 이상하다... 다시한번 힘차게 열쇠를 돌려보지만
조용하다... 이놈이 그리 조용한 차가 아니었는데...ㅡㅡa 밤새 베터리가 방전이 되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미등을 안끄고
내린듯...ㅡㅡ;; 크리스마스라 전화해봐도 사람도 없을텐데 큰일이다 싶어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가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친구놈이 전화를
해봤더니 다행히 누군가 받는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곧 간다고 기다리란다. 30분 남짓 기다렸더니 직원이 와서 금새 배터리 충전시켜주었다.
크리스마스날 이런 뻘짓거리 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여행이나 재밌게 하라고 한다. 어찌나 고맙던지...^^ 무수한 태클이
들어왔지만 우여곡절끝에 우리는 출발을 할 수가 있었다. 한 2시간 정도를 차를타고 달리다보니 우리가 목적했던 타우랑가(Tauranga)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내를 벗어나 조금 헤매다 끝을 헤아릴 수가 없는 긴 해변을 발견했다. 과연 이런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멋진
해변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런 멋진...
Tauranga에 있는 Omanu Beach. 가운데 보이는 언덕 끝 바위에 올라 바다를 바라다
보면 세상끝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냅다 뛰어들었는데 물이 생각보다 차고 바람이 많이 불어 약간 쌀쌀했다. 그래도 기분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좋았다...^^ 앞뒤로 뒤집어 가면서 썬탠도 하고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놀만큼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하려고 식당에 갔는데 한국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얘기 나누다 래프팅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차라리 한국가서 동강 래프팅이나 내린천 래프팅을 하란다. 너무
재미없고 시시하다고 절대 하지 말란다. 읔... 래프팅하려고 그 많은 고생을 하고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기다렸는데... 일단 내일까지
있기로 했는데 내일 할 일이 걱정이 된다. 내일 일어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오늘은 어제 떠들던 놈들 조용히 자기를 바라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어짜피 할 것도 없었는데 잠이나 자자 싶어서 계속 누워서
뒤적뒤적 거리며 자다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슬슬 게고 있는게 아닌가. 너무 누워있어 허리도 뻐근했는데 날씨가 우리기분을 너무 잘
알아주는 것 같았다. 이곳 로토루아는 온천이 굉장히 유명하다. 몸도 풀겸 온천을 가기로 했다. 유황온천이라 냄새가 조금 구렸지만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어느새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되어있었다. 따땃한 물에 몸담그고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보냈다. 온천욕을 마치고 뭔가 새로운 할거리를 찾다가 한 친구가 느닷없이 염색이나 할까 한 말이 씨가되서 진짜로 염색을
하기로 했다. 머스마 셋이 신이나서 근처 쇼핑몰에서 염색약 고른다고 30분을 뒤지고 뒤져서 맘에드는 색깔의 염색약을 들고 나왔다. 나는 짙은
보라색을 골랐다...ㅡㅡ;; 숙소에 돌아와서 갖은 생쑈를 한끝에 염색을 끝냈다. 애석하게도 별로 티가 안난다...ㅡㅜ 햇빛이나 받으면 조금
붉은 빛이 보이긴 하는데 맘에 안든다. 자기전에 간단하게 맥주를 먹고 잠들었다.
드디어 로토루아를 벗어나는 날이다. 오늘은 와이토모(Waitomo)를 거쳐서 타우포(Taupo)라는 곳을 간다. 와이토모는 동굴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는 동굴안에서 하는 레프팅을 하기로 했다. 일반 래프팅과 달리 각자 고무튜브 하나씩 들고 동굴을 탐험하다가 깊은 물이 나오면
튜브를 타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동굴속을 둘러 보는 건데 너무너무 재밌었다. 동굴속에 살고 있는 야광충이 내는 빛이 마치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는데
정말 별천지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동굴속에서 즐길 수 있는 레프팅을 만들다니 관광 선진국 답게 정말 대단한 발상이다...
레프팅을 하기전에 한방 찰칵. 참 민망스런 복장이다...ㅎㅎ
와이토모에서 레프팅을 마치고 타우포로 향했다. 타우포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 호수라기 보다는 차라리 바다라고 부르는게 어울릴 것 같다.
파도소리까지 들리니 뭐...ㅡㅡ;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호수근처를 돌면서 사진도 찍으며 산책을 했다.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 타우포 호수가에서...
타우포에는 번지점프가 굉장히 유명하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47m) 번지점프하는 곳의 경치가 정말 예술이다. 그리고 스카이다이빙이 있다.
거대한 타우포 호수위로 자유낙하의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내일은 무얼 할까 고민하다 이왕 뛰어내리는거 제대로 뛰어내리자는
생각에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너무 설레이는 밤이었다...
아침 9시 반에 차가왔다. 나말고 유럽친구들 2명이 더 있었는데 20분정도 한참을 끌고가더니 활주로 하나 덩그러니 있는곳에 내려준다.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조금 기다리며 구경하라고 하길래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저 위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흠... 더 긴장이
된다. 조금후에 멋진 아저씨가 오더니 오늘 내가 당신목숨을 책임질 사람이라고 농담섞인 말로 인사를 건내며 자기 소개를 한다. 흠...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는다. 곧 새빨간 옷을 입히더니 안전장구들을 하나둘씩 채운다. 뭔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줄 알았는데 다리는 이런식으로
하라고 보여주면서 한번 해보란다 그러더니 팔은 어깨에 얹고 있다 자기가 머리를 건들면 두팔을 펼치란다. 그리고는 비행기로 끌고간다.
뭐... 뭐야... 이...이..게 다야...? 헛...긴장긴장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돈 무르고 그냥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다. 비행기안에 탔다. 내부가 상당히 좁고 아무것도 없었다. 조교까지 해서 8명 4팀이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좁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타서 바닥에 앉았다. 생각한 대로 역시 상당히 허술해 보이는 비행기다. 과연 뜨기는
할까... 이윽고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하더니 금새 기우뚱하면서 떠오른다. 순간 온몸에 힘이들어가고 손잡이를 잡은 손에 손잡이가 부서질만큼의
힘을 전달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덴마크 친구놈의 눈에서도 똑같은 감정을 읽었다. 그놈의 눈도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x됐다." 비행기는 수평을 모르는 것처럼 계속계속 위로만 향했다.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지나갔다. 그렇게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나랑 같이
뛰어내리는 조교놈이 저쪽을 보란다. 만년설에 뒤덮힌 산이 보인다. 겉으로 살짝 감탄하는 척 해줬다. 아무 생각이없다 초 긴장
상태다. 이윽고 비행기가 수평을 유지하더니 빨간불이 들어온다. 아마 저 빨간불은 뛰어내려도 좋다는 표시겠지... 역시 누군가 문을
연다. 덴마크친구놈이 제일 먼저 뛰어내린다. 조교와 함께 걸터앉는게 눈에 들어온다. 3, 2, 1 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헉... 쿵쾅쿵쾅 심장이 요동을 친다. 내 앞에놈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드디어 내차례다. 엉금엉금 문가로 가서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뒤에 조교놈이 앉지 말라면서 앞으로 민다. 컥... 이놈한테 대롱대롱 메달려서 하늘을 날고 있다. 최소한 내가 준비되면
뛰어내리는 그런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쓰리, 투, 원 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귀를 통해서 천천히 머리를 울리는가 싶더니 이놈이 확
뛰어내린다. 으악~ 비명밖에 안나온다. 한 3,4초 나죽네 소리만 질렀다. 진짜 이대로 죽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시작할 때쯤 떨어지던
가속도가 줄어들더니 끝도없이 떨어지던 기분이 사라지는게 아닌가. 그 다음에 느낄 수 있는 이 기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구름을 뚫고
바람을 가르며 떨어지는 이 기분... 저멀리 만년설에 뒤덥힌 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밑에는 바다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안가는 새파란 타우포
호수가 있고 조그마한 집들사이로 개미같은 자동차들이 움직이는게 보인다. 바람이 매우 차갑지만 그런 것 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조교가 방향도 바꿔가면서 이곳저곳 볼 수 있게 해준다. 한 40초 정도 떨어졌을까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낙하산을 폈다. 오홋! 이건
또다른 기분이다. 서서히 떨어지면서 좀더 여유있게 여기저기를 둘러볼 수가 있었다. 조교가 낙하산으로 장난을 친다. 뱅글뱅글 돌리고 슉 떨어지다
다시 솟구치고... 한 4,5분 낙하산을 타고 떨어지다 보니 어느새 발이 바닥에 닿아 있었다. 너무나 아쉬웠다. 돈만 있다면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갔더니 친구놈들이 안보인다. 아마도 번지점프장에 갔겠다 싶어 번지점프 하는곳을
갔더니 때마침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게 눈에 뛰었다. 내려다 보니 높이가 아찔했다. 스카이다이빙은 아얘 높이가 확 높아서 이보다는 덜 겁났던
것 같다. 나보고 뛰라면 이건 못할 것 같았다. 아무튼 친구놈들 두명 다 벌벌떨면서 우여곡절끝에 무사히 번지를 마쳤다.
타우포 번지점프. 경치가 정말 예술이다. 이런경치에서라면 한번 뛰어내리는 것도 해볼만 한 것
같다.
서로의 무용담을 얘기하면서 들뜬마음을 가라앉히며 숙소로 돌아와 아직도 덜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겸해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호숫가로
향했다. 다이빙하는 애들틈에 껴서 같이 물에 뛰어들고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저녁을 지어먹고 호숫가에서 맥주를 한잔씩
했다. 정말 이보다 더 좋을순 없는 것 같다...^^
12월 29일. 오늘은 리버벨리(River Vallery)라는 곳을 간단다. 가는길에 통가리오 국립공원(Tongario National
Park)을 들렸다. 어제 스카이다이빙하면서 본 만년설에 뒤덥힌 산이 있는 곳이었다.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폭포까지 걸어가는데, 정말
사방팔방이 절경이었다. 폭포도 너무 멌있었다.
폭포이름이 잘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너무 물이 맑고 깨끗하고 시원했다.
폭포를 둘러보고 차로 가는길에 한방.
만년설에 뒤덥힌 산. 산이름도 잘 기억이 안난다... 아~ 지긋지긋한
건망증...ㅡㅡ;
대관령 고개같은 구불구불한 길을 버스로 한 4,50분 들어가더니 리버벨리라는 곳이라면서 내려준다. 지도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이는 곳이라
설마설마 했는데 이런 깡촌에 내려줄줄이야... 큰일이다. 먹을거라고 달걀 13개밖에 없는데. 어제 스카이다이빙하고 친구들도 번지하느라 돈이
남은게 별로없어서 사먹기도 쉽지가 않다. 정말 막막하다 어떻게 이런곳에 내려준단 말인가... 할 것도 볼 것도 없다. 일단 배가고파오기
시작하길래 궁리끝에 계란을 삶아 먹기로 하고 13개를 다 삶아 순식간에 세명이 해치워 버렸다. 그리고 배가 고프기전에 잠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침대에 누웠다. 이곳 숙소는 남자여자방이 구분없이 같이 쓰는 곳이었다. 버스를 같이 타고온 유코라는 일본여자애가 왜 벌써자냐고 그러길래 우리
상황을 얘기했더니 웃겨 죽겠다고 뒤집어 지려고 한다. 그러더니 자기 쌀이랑 조금 주겠다고 하는데 너무 신세지는 것 같아서 두 눈 꾹감고
거절했다. 빨리 잠들어야 할텐데...
아침에 눈을떴더니 9시였다. 젠장할 오늘은 하필 오후 1시에 출발한단다. 너무 일찍 눈을떴다
벌써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더 자야해 더 자야해 하며 눈을 감았다. 10시... 도저히 배가고파 잠이 안온다. 대충 씻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밖으로 겨나갔다. 다른애들은 밥 든든히 먹고 래프팅한다고 일찌감치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다. 강건너 편에 등산코스가 있길래 강건너 가봤는데
별로 볼 것도 없어보여 그냥 돌아왔다. 셋이서 맥없이 앉아서 신세타령하고 있는데 어제 그 일본 여자애가 우리몫까지 아침을 준비해놓고 우리를
부르는게 아닌가. 우유가 없어서 시리얼가지고 있는거에다 요구르트를 탔다고 하면서 내놓은 아침식사는 감동 그 자체였다.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순식간에 뚝딱 해치워 버렸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중에 선물로 줄만한게 있나 찾아보다 팩소주가 보이길래 그걸 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소주를 사랑한단다...ㅋㅋ 오늘은 웰링턴을 가는데 웰링턴에서 저녁때 우리가 맥주한잔 사기로 했다. 레프팅하던 사람들
도착하고 2시가 넘어서야 리버벨리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유코의 아침식사가 없었다면 우린 아마 양을 잡아먹었을지도
모르겠다...ㅡㅡ; 웰링턴에 가는길에 장을 봤다. 어제 못먹은 한이 맺혀서 이것저것 저녁꺼리를 많이샀다. 거의 저녁때가 다 되서야
웰링턴(Wellington)에 도착했다. 서둘러 저녁을 지어먹고 유코가 머무르는 숙소로 원정을 가서 맛있게 맥주를 같이
먹었다...^^ 웰링턴이 조그맣고 볼 것없는 도시이긴해도 그래도 이나라 수도인데, 그리고 새해를 도시에서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배부르게 저녁먹고 맥주까지 한잔했더니 무쟈게 잠이 잘 왔다.
아침을 먹고 시내 구경을 하러 나왔다. 역시 도시는 별로 볼 게 없다. 쇼핑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돈도 없어서 그것도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만 찍었다.
국회 의사당이라던가...?
웰링턴 시내에 있는 공원의 조형물
또다른 조형물
반지의 제왕을 찍은 나라답게 여기저기에서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위 사진은
박물관에서...
오늘은 2002년의 마지막날. 우리 셋이 조촐하게 맥주파티나 할까하고 저녁꺼리랑 술을 사가지고 와서, 저녁을 지어먹고 소화시킬겸 휴게실에
앉아있는데 한 친구가 자기 아는 형님이 웰링턴에 산다고 전화를 했다가 같이 술이나 하자고 오라고 하길래 좋다고 그 형님집에 갔다. 포도주에
맥주를 취할정도로 먹고 새해가 밝았는지 어쨌는지도 모른채 잠이들었다.
1월 1일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인 웰링턴을 뒤로하고 다시 타우포로 향했다. 바로 오클랜드로 가고 싶었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 중간에
쉬어가야만 했다. 이미 한번 들렸던 도시라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밤을 보냈다.
1월 2일 드디어 10일간의 아쉬운 여행을 끝마쳤다. 오클랜드에 들어서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스카이 타워가 얼마나
반갑던지...^^ 이 도시에 한 6주 남짓 머물렀다고 그래도 집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도 너무 보고싶고 미끼도 너무 보고싶어서 빨리
집으로 향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제대로된 여행다운 여행을 하려고 했었는데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여행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아무것도 준비 안한채 시작한
여행치고는 상당히 운이 좋아서 너무 재밌게 별탈없이 잘 한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절실히 느낀거는 역시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되겠다는거... 잘못 알아듯고 잘못 말해서 쉽게 쉽게 할 것도 얼마나 어렵게 했는지... 옆자리에 앉고 같은 방에서 자고 하면 쉬이 친구가
될줄 알았던 외국 친구들도 영어가 안되면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이번여행은 나에게 큰 숙제를 남겨주었다. 많이많이 공부해서 다음여행은 좀더
알차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도록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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